16번째 슬로우러닝 – 체력장 100m를 23초에 달리던 나였는데!
📅 2025년 6월 29일, 일요일
아침엔 아이들을 위한 전복버터밥을 해두고 여유롭게 카페로 고고!
맛있는 음식들로 배도 채우고, 집에 돌아와서는 오랜만에 느긋하게 쉬었다. 폭염경보가 발령된 날답게 하루 종일 몸이 축 처지는 느낌.
집에서는 에어컨을 틀고, 애들 점심으로 치즈 오믈렛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그릇에 담고, 남아있던 제육볶음에 애슐리 볶음밥을 넣어 볶아줬더니 잘 먹는다.
그리고 덜 보았던 오징어 게임 시즌 3 마지막 화까지 정주행. 시즌 2와 3…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그냥 그렇다고 하자.
🕗 저녁 8시 4분, 구민운동장에서 30분간 10바퀴 러닝 시작.
달리며 문득 중학교 체력장이 떠올랐다.
근육은 하나도 없이, 뼈에 가죽만 있던 말라깽이 시절의 나.
공 던지기는 항상 발밑으로 뚝, 철봉은 매달리자마자 추락, 100m는 23초, 오래달리기는 했는지조차 기억이 없고…
그나마 윗몸일으키기는 잘해서 1분에 40개 넘게 하던 아이.
그때의 나는 참 많은 걸 포기하며 살았다. 사랑받고 보호받지 못하는 삶. 어리고 작았지만, 이미 현실에 지쳐 있었고
슬픔과 무기력에 젖어 세상을 미워하던,
지금 생각하면 우울증 상태였던 것 같다.
툭하면 울고, 희망도 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달리고 있다.
천천히라도 매일을 바꾸고 있다.
그 시절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넌 정말 멋지게 자라서, 네가 원하는 걸 다 하며 살게 될 거야. 슬퍼하지 마. 그리고 너, 운동도 좋아하고 제법 잘해. 넌 의지도 강하고 열정적인 사람이야."
오늘은 더워서 속도도 안 나고 땀도 평소보다 많이 흘렀지만,
그저 숨소리에 집중하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모든 바퀴를 돌고 마지막 한 바퀴는 천천히 걷고,
맨발 걷기로 마무리.
까치발 맨발 걷기는 숙면에 좋다 하여, 까치발로 조심조심 걸으며 하루의 끝을 정리했다.
이젠 운동을 잘하는(? 즐겨하는?) 어른이 된 나. 달리는 매 순간, 과거를 딛고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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