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일기/수영 도전기

29번째 수영강습 – 접영 발차기, 꿀렁꿀렁 인어가 된 날

물결서랍 2025. 6.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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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유행하는 올리브유+레몬즙 아침 공복에, 자기 전 배고플 때 먹고 있다!

 

[29번째 수영강습 – 접영 발차기, 꿀렁꿀렁 인어가 된 날]
2025년 6월 4일 수요일

 

오늘은 통영 여행을 다녀온 뒤 처음 참석한 수영 강습.
월요일 강습을 빠졌기 때문에 조금 걱정하며 수영장에 도착했는데,
반가운 얼굴들이 “그날 너 없는 날, 평소 같이 진도 나가던 사람들 다 안 왔어!”라며 반겨주셨다.
뭔가 나만 빠진 게 아니라는 안도감에 살짝 웃음이 났다.

해외에 다녀왔다던 수친이도 오래간만에 (거의 한달 가까이?) 출석을 했다. 

그리고 새로운 회원들도 4명이나 늘었다고 한다. 


강습은 준비 운동으로 킥판 잡고 자유형 발차기 한 바퀴, 
그다음엔 배영 발차기 한 바퀴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오늘의 메인 테마는 예상 밖의 ‘접영 발차기’!

아직 나랑 같이 진도 나가던 회원들 모두 평영 팔과 다리 조합이 잘 되지 않는데 

갑자기 접영 발차기라니, 진도가 정말 빠르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1개월 마다 새로운 걸 배우니 좋다고 생각했다!


수영장 처음 와서 접영 발차기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해보였는데.. '이걸 내가 하네!' 하는 생각에
설렘 반, 긴장 반의 기분으로 유아풀로 이동했다.


강사님께서 오늘은 특별히 큰 네모난 매트를 바닥에 깔고,
한쪽 끝에는 킥판 6개 정도를 겹겹이 쌓아두셨다.
매트 위에 엎드려 발등을 킥판 위에 올린 뒤,
무릎을 접고 발등으로 킥판을 누르며 상체(가슴 아래)를 쭉 들어 올리는 동작.

말로만 들으면 간단하지만, 막상 하면 몸 전체의 협응이 필요한 동작이었다.

먼저 시범을 보여주신 강사님은 정말 유연하고 부드럽게 동작을 해내셨다.


1번으로 도전하신 남자 회원분은 다소 경직된 자세로 고생하시는 모습.
2번으로 하신 할머니 회원님은 접영 경험이 있으셔서 동작을 아시긴 했지만,
킥판을 누를 때마다 기합이 절로 나올 정도로 힘들어하셨다.


그리고 내 차례.
엎드리고 발을 올리고, 하나 둘 ... 어?

하나 하며 발 들고 둘 하며 발등으로 킥판 누르기.
이거 왜 하나도 안 힘들지...?
생각보다 너무 잘 되고, 내 몸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게 스스로도 신기했다.
앞에서 다들 힘들어하신 걸 보고 잔뜩 긴장했는데, 전혀 어렵지 않았다.

 

물속 연습으로 넘어갔을 땐 잠깐 걱정이 들었다.
보통 지상에서 잘돼도 물속에서는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대로 잘됐다.
강사님이 잡아주시고, 이후에는 킥판만 잡고 스스로 연습했는데도 정말 잘 됐다.
그리고 이건 그냥 “잘 된다” 정도가 아니라…
정말 정말 재미있었다!

다리를 접었다가 발등으로 물을 빵 차며 엉덩이를 위로 뽕긋!!!


접영 발차기의 핵심은 발등으로 물을 밀어내며 몸을 꿀렁꿀렁 앞으로 보내는 동작.
물을 껴안고 미끄러지는 그 느낌이
마치 진짜 인어가 된 것 같은 기분.
살짝 숨은 차지만, 그조차도 재미있는 몰입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진심으로, “숨만 안 차면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유아풀에서의 연습을 마치고,
이번엔 우리 반 레인에서 본격적인 접영 발차기 실습.
오늘은 총 3명이었는데, 내가 제일 먼저 접영 발차기를 시작했다.
강사님께서 “발이 물 밖으로 너무 나오지 않게 살살 차보세요”라고 하셔서
의식적으로 살살, 낮고 넓게 발차기했더니 그것도 느낌이 좋았다.

 

연습하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
접영 발차기는 유연성이 중요한가?
왜냐하면, 나는 원래 유연성에 자신이 있어서!
혹시 그 덕분에 이 동작이 편하게 느껴졌던 건 아닐까?


오늘은 정말 뜻밖의 발견이 가득한 수업이었다.
처음 배우는 동작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수영을 하면서 이렇게 신이 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몸과 물이 하나가 되는 느낌, 나만의 리듬을 타는 즐거움,
그 속에서 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실감.


"접영 발차기, 물속에서 꿀렁꿀렁.
오늘 나는 인어였다.
재미있게, 가볍게, 물 위를 미끄러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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