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위에서, 나는 다시 태어난다
나는 내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그리는 나의 모습은 분명하다.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사람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내려놓는 순간, 비로소 진짜 나를 움직일 수 있는 자유가 찾아온다.
나는 바꿀 수 없는 것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다. 그 대신, 바꿀 수 있는 것을 믿고, 행동한다.
나는 나의 한계를 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은 내게 낯선 세계였다.
중학교 체력장에서는 언제나 5급, 100미터 달리기에서는 늘 꼴찌. 22초, 23초대 기록을 반복하며 ‘나는 운동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틀을 스스로 씌웠다. 달리기를 싫어했다. 땀 흘리는 것도 싫어했다. 움직이는 것 자체가 두려운 어린 나는, 깡마른 몸에 근육 하나 없이 작고 여린 몸으로 세상을 살았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며 지금을 충분히 살지 못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생각을 덜 하면, 불안도 덜해진다는 것. 걱정을 멈추고 움직이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는 것.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머릿속에만 갇혀 있지 않기로 했다.
그냥 해보기로.
그냥 한 걸음 내딛어보기로.
물은 나에게 오랫동안 가장 두려운 존재였다.
물속에 들어가면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고, 초등학교 시절, 도덕책 안쪽 표지에 실린 백두산 천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차가운 물,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 심연, 그리고 그 위에 떠 있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내 작은 가슴은 불안으로 가득 찼다.
그런 나에게도 작은 빛은 있었다.
비록 시작은 더디고 남들보다 한참 느렸지만,
나는 끈기 있게 버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작은 진전을 소중히 여기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힘.
나는 그걸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못해도 괜찮아.
그냥 즐기자.
올 한 해는 수영에 몰두해보자.
초급반 터줏대감이 되어도 좋아.
1년 뒤엔, 분명 지금보단 나아져 있을 거야.”
나는 물과 함께, 새로운 나를 다시 쓰기로 했다.
나는 이제 나를 이렇게 정의한다.
- 도전하는 사람
물의 두려움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 - 배움을 사랑하는 사람
완벽을 기대하지 않고, 작은 성장을 기뻐하는 사람. - 인내하는 사람
몸이 뜨지 않아도, 발차기가 어설퍼도
천천히 자기 속도로 걸어가는 사람. - 스스로를 믿는 사람
물이 밀어내는 듯해도, 결국 물과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 즐기는 사람
완벽함 대신 물결 위의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 -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물속에서 몸과 마음이 달라지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렇게 선언한다.
"나는 물결 위에서 자유를 찾는다.
완벽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 물과 하나가 되는 기쁨을 느낀다.
나는 물속에서 매일 새로 태어난다.
흐르고 변화하며, 어제보다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간다."
아직 나는 물속에서 허우적대며 겨우겨우 앞으로 나아간다.
킥판을 손에 쥐고, 숨을 헐떡이며,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러나 이제는 킥판을 떼고 자유형을 하고,
배영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나는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물속에서 버둥거리며 나아가던 어느 날,
나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나는 원래 엄마 뱃속에서 수영을 잘 하던 인어공주였다.
다만 너무 오래 수영을 하지 않아서 방법을 잠시 잊어버렸을 뿐.
이젠 그 감각을 다시 찾을 거야.
나는 다시 인어공주처럼 자유롭게 물속을 헤엄칠 거야."
물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다시 태어나고 있다.
흐르고, 흔들리고, 넘어질 때도 있지만
나는 어제보다 더 단단한 나로
물결을 가르고 있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흐르는 나,
변화하는 나,
물속에서 새로 태어나는 나—
그 모든 나는,
가장 진짜 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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