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일기/슬로우러닝의 기록

14번째 슬로우러닝, 러닝 인 더 레인 ☔

물결서랍 2025. 6.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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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째 슬로우러닝, 러닝 인 더 레인 ☔
📅 2025년 6월 24일 화요일

 

하루 종일 잔잔하게 이어지던 비.
오전에는 브런치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저녁엔 집에서 직접 명란 루꼴라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파스타면을 조금만 덜 넣었더라면 명란과 루꼴라의 향이 더 돋보였을 텐데, 살짝 아쉽다.

비가 와서 그런지 몸도 처지고 졸음도 자꾸 몰려오고, 배도 애매하게 고프고. 그런 흐리멍덩한 기분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수영 카페에 들어가 이런저런 글들을 읽다 보니 어느새 오후 8시 30분이 다 되어 있었다.

‘오늘은 러닝 못하겠구나’ 싶어 창밖을 바라봤는데,
어라? 비가 살짝 멈춰 있다.
이건 나에게 주어진 신호 같았다.
“지금이야, 나가 뛰어!”

그렇게 나는 망설이지 않고 러닝화를 신고 바깥으로 튀어나갔다.
비가 완전히 그친 건 아니었지만, 뛰다 보니 이마 위로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오히려 상쾌했다. 나처럼 비 속을 달리는 사람이 두 명쯤 더 있었던 것 같다.

공기는 선선하고, 몸은 가볍고, 마음은 상쾌하고.
하루종일 피곤했던 컨디션이 오히려 달리러 나오니 꽤 괜찮았다. 어쩌면 든든히 먹은 저녁 덕분일까?

달리면서 생각이 떠올랐다.
오늘 무신사에서 본 그 루프루프 미모사 수영복 – S 사이즈 한 장 남음.
하늘과 노랑의 조합이 내 움파물결 수모와 찰떡이고,
수경끈도 하늘 노랑이니 이건 운명이지 않나 싶다.

‘내일까지 남아 있다면… 그건 내 거다.’
이런 근거 없는 확신을 품고, 나는 힘차게 뛴다.

비는 점점 굵어졌지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비를 맞으며 달리는 기분이 마치 땅 위에서 수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방울이 나를 감싸고, 바람이 등을 밀어주는 듯한 기분.
밤 9시까지 30분을 채우는 게 목표였지만, 빗줄기가 점점 굵어져서 결국 25분쯤 달리고, 나머지 5분은 뛰듯이 집으로 돌아왔다.

조금 아쉬웠지만, 오늘의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비 오는 날, 핑계를 찾기보다 기회를 찾은 나.
러닝을 멈추게 할 '한계' 따위는 없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나는 오늘도 나아갔다.

한계는 절실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했으니까.
나는 그냥 한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도 조금 더 나아진 나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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