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째 슬로우러닝 – 나를 닮은 슬로우러닝, 처음으로 1시간 달린 날
📅 2025년 6월 17일 화요일
어제는 수영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한 후, 집에서 잠깐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밤 9시에 상영하는 영화가 있기에 즉흥적으로 롯데시네마로 향했다. 선택한 영화는 '드래곤 길들이기'. 밤 9시부터 11시 8분까지 상영되었는데, 피곤했지만 다행히 졸지는 않았다. 다만, 비몽사몽한 상태로 스크린을 응시했다.
드래곤을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은 너무도 실감나서 마치 나 자신이 함께 날고 있는 기분이었다. 보는 내내 생각했다. "저렇게 드래곤을 타고 날아다니려면 얼마나 근력이 좋아야 하지?" 영화의 감동보다도 드래곤에 매달려 있는 근력 상상에 빠져들었다.
영화에서 사람들은 드래곤을 두려운 존재로 여기고 싸움의 대상으로만 생각한다. 예전 조상들이 그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달랐다. 드래곤과 친구가 되는 길을 택했다. 그 모습은 오래전에 본 그림자 인형극을 떠올리게 했다. 모두가 마녀를 해치우려는 상황에서, 한 남자만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집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도 되는지 예의바르게 허락을 구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마녀는 문을 열어준다. 심지어 아주 상냥하게 먼저 집을 구경시켜주겠다고 한다. 그녀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아름답고 지적인 내면을 가진 멋진 여성이었고, 남자는 그런 그녀에게 청혼한다. 너무도 인상 깊은 이야기였다.
🎽 오늘의 슬로우러닝 기록
영화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채로 맞이한 오늘. 슬로우러닝을 하기로 한 날이다. 저녁 8시에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러닝을 시작했다. 이번엔 처음으로 1시간 동안 달리기에 도전했다. 한 바퀴에 약 2분이 걸리는 운동장을 총 30바퀴, 딱 60분간 달렸다.
달리는 동안 음악을 들어볼까 고민했지만, 러닝 중에는 온전히 내 몸에 집중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고르는 것도 귀찮았고, 그냥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에게만 집중해보기로 했다.
달리는 동안 아직도 흔들리는 옆구리와 엉덩이 근육에 의식을 집중하며 달렸고, 예전부터 조금 아프던 왼쪽 고관절 부위가 회복되었는지 조심스럽게 체크해보았다. 때로는 딴 생각도 스쳐갔다. '오늘 브런치카페에서 먹은 에그인헬이 맛있던데 내일은 집에서 에그인헬 만들어 먹어야지', '이번 주 수영 연습은 어떻게 할까?' 하는 소소한 생각들이 흘러갔다.
슬로우러닝은 참 나를 닮았다. 남들보다 빠르지는 않지만 늘 성실하고 꾸준한 나. 함께 달리던 주위 사람들은 어느새 다 사라지고, 결국에는 나 혼자 끝까지 달리고 있다. 느리게 달려도 걷는 이들보단 앞서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또 힘이 난다.
나는 밤이 되면 더 집중이 잘 되는 타입이다. 공부도, 운동도, 마음도. 어두워질수록 공기도 맑아지는 느낌이고, 내 머릿속도 맑아진다. 오늘도 그렇게, 초등학교 운동장을 조용히 달리며 내 마음과 몸을 다잡았다.
달리는 것이 이제 힘들지 않다. 그래서 더 신난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이런 내가 참 신기하고,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집에 돌아와 찬물 샤워로 열기를 식히고, 아슈와간다와 마그네슘을 챙겨 먹고 나니 하루가 정리되었다.
오늘도 나를 위한 시간을 잘 보냈다. 다음에도, 또 1시간을 달려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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